요즘 즐기고 있는 취미가 있나요?
드립커피 내려 마시는 걸 좋아한다. 원두를 갈고 커피 향이 집 안에 퍼질 때 정말 행복해진다.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어느새 오후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드립커피 내려 마시는 걸 좋아한다. 원두를 갈고 커피 향이 집 안에 퍼질 때 정말 행복해진다.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어느새 오후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예전에 사용하던 재료들을 다시 구매했다.
하지만 아직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아무리 바빠도 아침에 이불 정리를 잊지 않는다. 집도 최대한 깔끔하게 유지하고, 애초에 어지르지 않는다.
중학생 때 우연히 어떤 이웃의 블로그 배경음악으로 듣게 된 ‘Rainy Days Never Stays’라는 노래를 오랫동안 좋아하고 있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건 제목이다. ‘Rainy Days Never Stays.’ 힘든 일이 있을 때 이 노래를 들으면 결국 다 지나갈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에 좋은 날만 있는 것은 아니다. 30대가 된 지금 돌아보면 당시에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일들도 모두 지나갔고 그 뒤에는 다시 좋은 날이 찾아왔다. 그래서 힘들 때 이 노래를 들으면 이것도 금방 지나갈 거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예쁘다, 별로다’처럼 전체적인 느낌을 먼저 보는 편이다. 이미지를 따로 분석하기보다 나에게 어떤 감상을 주는지 먼저 느끼게 된다. 예전에는 그렇게 느끼고 그냥 지나갔다면, 요즘은 왜 그런 인상을 받았는지가 조금 궁금해졌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보면 컬러나 여백, 글자 스타일 같은 것들을 다시 보게 된다. 아직 무엇이 좋고 나쁜 디자인인지 전문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막연하게 ‘좋다’고 느꼈던 것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걸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그녀는 영화를 좋아한다.
우연히 《크로우즈 제로》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고, 주인공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하나씩 깨기 시작했다.
마침 그녀에게는 시간이 많았다. 그녀는 백수였다.
영화를 하나씩 해치우던 중 《은혼》이라는 작품이 남았다.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만든 실사 영화였다. 별로 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에 적당할 것 같아 영화를 재생시켰다.
문제는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원작 만화의 일부 에피소드만 영화화했기 때문에 앞뒤 상황과 인물 관계도를 전혀 알 수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그녀에게는 시간이 많았다.
그녀는 유튜브에서 영화의 앞뒤 내용과 캐릭터에 관한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보기 시작했고, 빠르게 《은혼》에 빠져버렸다.
당시에는 한국에 판권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네이버 블로그의 불법 자막을 통해 《은혼》을 시청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원래 팬들이 제 마음대로 번역한 자막이 제맛이다. 특히 《은혼》은 더욱 그렇다.
그녀는 삼백 화가 넘는 애니메이션을 3주 만에 해치웠다.
다 보고 나니 그렇게 끝낼 수 없었다. 그녀는 매일 좋아하는 캐릭터의 이름을 검색했다. 팬 아트를 찾아보고, 피규어와 특전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애니메이션 덕질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몇 명의 인터넷 친구를 사귀었다.
그녀는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을 어느 정도까지 경계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하지만 다행히 그녀가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나이의 대학생이거나 취업 준비생이었다.
어느 날 좋아하는 캐릭터의 전시회가 열렸다. 그녀는 그곳에서 인터넷 친구들을 처음 실제로 만났다.
그 뒤로도 그들은 여러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함께 좋아했다. 새로운 작품이 나오면 같이 보고, 매달 열리는 게임 이벤트도 함께 챙겼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서로의 일상도 알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꽤 많이 흘렀다. 취업 준비생이던 그녀는 취업을 했다.
그런데 취업을 했다고 해서 그녀가 행복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인생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취업을 기점으로 그래프는 아래로 떨어진다.
그녀가 선택한 직무는 생각보다 그녀와 잘 맞지 않았다. 그녀는 회사를 그만두었고, 다시 취업했고, 또 퇴사했다.
그 사이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애니메이션과 게임 이야기에서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애니메이션 속 낭만에 빠져 울고 웃으며 시간을 보내기엔 매일매일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뒤에도 그들은 계속 만났다. 처음엔 인터넷 친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과 20대의 절반을 함께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같은 것을 좋아해서 만난 사람들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같이 좋아하는 것이 없어도 만나는 사람들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2025년 가을, 공교롭게도 그들은 모두 다시 취업 준비생이 되었다...
2026년이 절반 이상 지난 지금도 그들은 모두 취준생이다. 그리고 서로에게 언제나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그녀가 지금 다니고 있는 파이 디자인 스쿨에 대한 고민도 가장 먼저 털어놓았고, 실제로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을 준 사람들도 이 친구들이었다.
그녀는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그렇게 좋아했지만 지금은 거의 관심이 없다. 그렇듯 언젠가는 이 친구들과도 멀어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멀어지더라도 먼 훗날 그들을 떠올릴 때, 정말 즐거운 시간들을 함께 보냈다며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해결사라는 이름으로 묶인 《은혼》의 긴토키와 카구라가 처음 만난 날, 긴토키의 별자리 운세는 1위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 친구들을 처음 만난 날 나의 별자리 운세도 아마 1위였을 거라고 추측해 본다.